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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교사절단 제주의 '아픈 심장' 4.3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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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507회 작성일 19-01-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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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지 4.3 평화기념관서 민간 대학살의 아픈 기억 접해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질곡의 역사 경청하며 감정이입
-도토리 칼국수 만들기 등 제주 고유 민속체험도 나서


몰랐었다. 여행이나 힐링을 위해 찾곤했던 제주도가 그렇게 '아픈 심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제주 곳곳에 알알이 박혀있던 아름다운 풍광은 이유도 없이 민간인 학살이라는 미명아래 사그라졌던 어느 촌부의 한이 빚어낸 조각이었고,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광채는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어느 아낙네의 절절했던 애환이 녹아든 애절함이었다.

제주의 4.3은 그 촌부와 아낙네의 눈물과 한,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질곡의 역사였다. 우리 국민도 잘 모르는 4.3의 역사적 흔적이 담긴 잔인함을 마주한 주한외교사절단의 시선은 놀라움과 충격 그 자체였다. 어찌보면 남의 나라일인텐데 마치 세계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가 자행한 잔인한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를 대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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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에 대한 대량 학살이 자행된 제주 4.3 평화공원 기념관을 찾은 한 주한외교사절단이 4.3의 잔혹성을 담은 내용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제공 제주관광공사
40여명의 주한 외국대사들과 가족들은 그들에겐 낯선 4.3의 흔적과 마주칠때마다 평범한 제주도민들이 잔인하게 학살당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슬퍼했다. 비록 각 국에서 파견된 대사들과 가족들이지만 제주의 화려한 외모뒤에 숨겨진 아픈 역사의 질곡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4.3사태를 제주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로만 생각하며 억울하게 희생당했던 제주도민의 원한 깃든 신음에 귀기울이지 못한 우리 자신이 그저 부끄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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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픈심장은 제주 4.3 평화공원 기념관을 찾은 주한외교사절단과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제주관광공사
4.3사태는 1945년 일본 패망후 광복을 맞았지만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과 북이 양분되면서 자주독립을 원하던 우리 국민의 열망속에 제주도에서 1947년 3월1일 열린 '제28주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가 도화선이 됐다. 집회후 미군정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어 다쳤는데도 그대로 가는 기마대를 향해 흥분한 군중들이 항의하자, 총성이 울리면서 민간이 6명이 사망했다. 3.1 발포 사건 이후로 형성된 제주공동체의 정서적 반감이 쌓여 무려 3만명의 희생을 초래한 4.3 사태로 이어졌다. 당시 미군정 경찰은 4.3을 '북한과 연계된 공산주의자들의 난동'이라고 선전했지만 후일 진상조사에선 거짓임이 밝혀졌다.

주한외교시절단과 가족들은 지난 17일부터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제주도(도지사 원희룡)와 제주관광공사(사장 박홍배)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제주와의 첫 상견례를 4.3에서 치렀다.

이번 행사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측과 공동기획한 정재민 한문화진흥협회장은 “외국대사들에게 제주의 아픈 심장부터 마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유도 모른채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됐지만 시신도 찾지못한 희생자들에게 먼저 술 한 잔 올리는 느낌으로 예를 갖추자는 것이다. 

정 회장은 “문화의 힘은 막강합니다 한 나라의 얼과 정신이 깃든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모르고 그저 겉모습만 탐닉하는 건 온당치 못합니다”라며 “문화 교류가 확신될때 경제도 사회교류도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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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은 주한외교사절단과 가족들이 4.3사태의 잔혹성 등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제공 제주관광공사
제주와의 첫 대면을 4.3에서 치른 주한 외교 사절단의 표정은 시종일관 엄숙하고 진지했다. 전문가로부터 4.3의 역사와 잔혹성, 자주독립의 험난한 과정 등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조용히 경청하면서 그날의 기억을 잠시 떠올리는 듯했다.

행사에 참여한 초머 모세 주 헝가리 대사는 유창한 우리말로 "이번 행사는 문화와 경제, 다 초월해서 한국의 슬프고 시린 역사를 다시한 번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머 모세 대사는 한국어과 교수 출신으로, '대한민국 국민보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교관'으로 더 유명하다. 부인도 한국인으로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헝가리 주한 대사의 경우 북한 대사를 겸한다고 한다. 다만 아직 북한측으로부터 신임장 제정식을 하자는 연락을 받지 못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초머 모세 대사의 전언이다.

다른 외교사절단 관계자도 "이번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접하는 계기가 됐다"며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을 좀 더 이해하게 됐고, 앞으로도 대한민국과 협력 증진을 확대해야겠다는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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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외교사절단 가족들이 제주 조천읍 선흘리 부녀회원들이 준비한 '도토리 칼국수 만들기 체험'행사에서 직접 밀가루 반죽을 빚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제공 제주관광공사
주한외교사절단은 또 제주 고유의 문화체험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문화교류야 말로 서로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기 위한 첫 '통과의례'인 셈이다. '문화는 곧 힘이다'라는 명제처럼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알고 이해할수록 경제나 사회 분야로 교류의 폭이 대폭 확대되는 계기가 된다. 

정 회장은 "어떤 나라와 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일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며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허물없는 친구가 되면 자연스럽게 경제와 사회적 교류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문화진흥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간단체로 100여개국에 달하는 주한 외교사절단과의 끈끈한 교류로, 세계 한복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의 얼과 멋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중요한건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그 일을 해낼 수있는 열정이 있는지"라며 "민간외교관으로서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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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머 모세 주한 헝가리 대사 부부가 제주 민속촌에서 떡메치기를 체험하고 있다. 제공 제주관광공사

주한외교사절단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부녀회원들이 마련한 '도토리 칼국수 만들기' 체험을 통해 직접 토로리 반죽을 만들고 칼국수를 끓여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일부 가족들은 익숙한 솜씨로 반죽을 빚으며 마치 한식 전문가다운 포스를 발휘, 맛있는 칼국수를 만들어 현지 부녀회원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제주민속촌을 방문, 전통 악기 연주단의 흥겨운 연주에 이어 떡메치기 등을 체험하면서 대한민국과의 우정과 신뢰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 제주 서귀포 매일 올레 전통시장을 방문, 다양한 제주 먹거리와 함께 제주도민의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보기도 했다.

한 주한 외교사절단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더 잘알 수 있는 행사가 다양하게 있었으면 한다"며 "본국에 돌아가서도 오늘의 체험과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제주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별도의 만찬을 개최,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을 소개하는 등 주한외교사절단을 극진히 대접했다.


이 자리에서 전성태 제주 행정부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천혜의 관광자원이 풍부한 제주도를 방문하신 주한 외교사절단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제주도와 다양한 교류를 통해 두터운 우정을 쌓아나가자면서 감사를 표했다. 


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풍부한 제주 관광 자원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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